▲신성일 선교사(히로시마교회 담임목사, 일본복음선교회 현지대표) | |
“일본교회는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선교하는 외국인 선교사들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인들이 교회를 세우고 사역하는 데 도움을 줄 협력 선교사들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일본그리스도교회개혁파교단 소속 신성일 선교사(히로시마교회 담임목사, 일본복음선교회 현지대표)는 “지난 20여년 간 한국교회가 일본선교를 하면서도 정작 일본인 교회를 돕고 그들과 함께하는 데에는 관심을 갖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1995년 일본에 파송된 신 선교사는 일본그리스도교회개혁파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최초의 외국인 선교사로, 교단 총회, 노회에서 한국교회를 비롯한 해외 교회와의 협력 사역 등을 맡아 추진해 왔었다.
신 선교사는 현재 일본에 있는 1천2백여명의 한국인 선교사 중 약 80%는 한인목회를 하는 상황을 전하며 “그 동안 한국 선교사에 협력사역의 문을 열어주지 않은 일본교회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협력사역의 문이 많이 열렸고, 또 협력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데도 여전한 방식으로 선교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물론 한국인과 한인교회가 좋아서 찾아오는 일본인들도 있는 등 한인교회가 일본선교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볼 순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교회 개척 등을 할 땐 일본교회와 함께할 것을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외국인 선교사가 아닌 일본인의 손에 의해 일본교회가 본격적으로 세워지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이후부터다. 일본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자 서구 선교사들이 줄어드는 대신 과거 협력자였던 일본인들이 중심이 되어 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일본교회는 150여년의 역사에 비해 교회 수와 교인 수는 적지만 세계 어떤 교회보다 영향력 있고 헌신적이라며 “교인 30~40명이면 교회 자립이 가능하고 한국교회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신학교를 통해 헌신자들이 배출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엔 고령화 등으로 교세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나 교인 수 대비 헌신자 수는 우리나라보다 많은 편이라고 했다.
특히 일본의 지방 교회는 역사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고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신 선교사가 목회를 맡고 있는 히로시마교회는 47년 전 미국인 선교사가 미군이 원폭 투하한 지역에 설립한 교회로, 세례교인 30여명의 평균연령은 62세, 절반 이상은 70세 이상이며 목사 부부보다 나이가 적은 교인은 단 한 명뿐이라고 했다. 100년 전만해도 일본선교의 전초기지로 주목 받던 시코쿠에서 그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교회가 교인이 10명이 안 되는 경우도 보았다.
지방 교회 교인들의 고령화와 함께 일본 목회자들의 고령화도 문제다. 그는 “60~70년대 일본교회 부흥기에 헌신하여 현재 은퇴를 바라보는 60~70대 목회자들이 많다”며 “앞으로 5년 내에 새롭게 헌신하는 목회자들보다 은퇴목사들이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목회자의 생활비를 지원하지 못하면 아예 담임목사를 초빙하지 않고, 목회자들도 생활비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교회에 부임하지 않는 관례가 있어 지방에는 무목교회도 많다고 설명했다.
신 선교사는 “일본교회가 전도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 지 몰라 고민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일본 목회자들이 미처 하지 못하는 일을 도와줄 협력선교사, 즉 말씀을 전해줄 목회자 선교사, 다양한 사역을 돕는 평신도 선교사, 모범적인 신앙 생활을 보여줄 평신도, 교단과의 관계에서 정책적 선교 사역을 하는 선교사 등을 적극 파송해 협력선교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담임목사가 없어 예배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지방 교회에서는 말씀을 전할 선교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목회자 선교사들은 설교할 정도의 일본어 실력뿐 아니라 교회가 요구하는 신앙과 신학적 배경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학적 배경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평신도 선교사는 도시 교회, 지방 교회가 모두 간절히 원하는 선교사로, 주일학교 사역, 청년 전도 등 준교역자로 활약할 수 있으며 나이든 교인들을 교회로 모시는 교회 차량 운전을 비롯해 청소, 피아노 봉사, 한국어교실, 한국요리교실 강의 등 사역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넓다고 말했다.
또 “교인 수가 적은 일본교회에서는 예배당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선교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그는 “평신도 가정이 예배 시간에 늘 자리를 채워주면 목회자가 힘을 받고 새로 온 교인들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신실한 평신도들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한국교단과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교단이나 일본전문선교단체 등을 통해 협력선교사를 필요로 하는 일본교회를 소개받을 것을 추천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일본교회에 필요한 사람인지, 인격적으로 성숙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선교사는 “바울이 환상 중에 마게도냐 사람의 요청으로 빌립보로 건너갔으나 환영 받기는커녕 채찍에 맞고 투옥되었다”면서 “바울이 빌립보에서 전도한 루디아와 그 가족이 적은 열매 같았지만 그들을 통해 유럽 복음화의 길이 열렸던 것처럼 당장 일본인들이 환영해주지 않고 일본선교의 열매가 적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우리의 갈 길을 달려가 승리의 면류관을 얻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